서울대학교 기록관

■ 미네소타 프로젝트 후 서울대의 수업

미네소타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은 한국의 고등교육을 이끌어갈 수 있는 우수한 교수인력 양성 지원에 있었다. 실제로 미네소타 프로젝트로 미국 유학을 다녀온 교수들의 수업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기도 했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온 교수들은 연수 기간이 길고 새로운 학문을 깊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귀국 후 신규 교과목 개설 등을 통한 교육내용 변화와 새로운 교수방법 적용을 시도했다. 직접적인 강의와 기계적 암기보다는 실험과 실습, 토론 및 과외활동의 비중을 높였으며, 학생들에게 과제를 많이 내주거나 수업 시간에 퀴즈, 슬라이드, 영화, 비디오, 모형 등의 시청각을 활용하는 새로운 수업방식에 대해서 학생들은 '미국식'이라고 여기며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이전에는 판서 위주의 강의였다면, 미국에서 들여온 원서와 참고자료 등을 사용하여 교재 중심의 강의를 진행하였다. 

의대의 경우 교환교수 프로그램을 마친 교수들이 돌아오면서 그 변화가 도드라졌다. 기존의 1,200시간이었던 기초의학 강의시간을 1,000시간으로 줄이고 강의 시간 대비 실습의 비중을 30% 대 70%로 정비했다. 미국식 현미경, X-Ray 치료기, 심전도기 등의 의료기기와 실습기자재가 들어오면서 학생실습이 활기를 띠었으며 1957년부터 임상실습을 전면화, 1958년에는 인턴 프로그램, 1959년은 레지던트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임상교육의 틀이 자리잡게 되었다. 강의 방식도 컨퍼런스와 세미나가 열리는 등 상호토론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수의대 또한 약 10만 달러에 해당하는 최신식 실험실습 장비와 교육자료를 갖추게 되어 시청각교육과 실습교육이 강화되는 등 수업 내용의 충실을 기하는 한편, 교수들의 학생지도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특히 말(馬) 위주의 교육 내용이 농장동물과 반려동물 중심으로 바뀌는 큰 변화가 있었으며, 미국의 수의해부학 교육이 도입되었다. 공대의 경우 학과 간 통합과목을 강조한 새로운 교육과정이 1957년 실행되었으며, 학기별 학생들의 수강 과목을 절반으로 축소하여 더 높은 수준의 강의와 훈련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론 중심의 일본식 기술관료 양성에서 실험·실습 기반의 프로페셔널 엔지니어 양성 교육으로 전환되어 향후 기술산업 발전에 필요한 고급 인재 배출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또한 전자식 응용 측정기 및 기록 장치 등을 도입하여 연구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규칙적인 출석, 과외활동, 과제와 중간 기말 시험 이외에 수시로 퀴즈를 실시하고 보고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학생들이 효과적인 교육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농과대학에는 1955년 당시 7개 학과에 1956년 잠사학과, 1959년 농가정학과, 1962년 농업교육과 등의 학과가 신설되었고, 기존 7개 학과에 박사과정이 개설되었다. 미네소타대학을 다녀온 교수들을 중심으로 교재를 발간하기 시작했으며, 실험실습 교육 또한 활성화되었고, 중간 및 기말고사, 퀴즈, 보고서 등 다양한 평가방식이 이루어졌다. 행정학 분야에도 1955년 최초의 행정학 교과서가 발간되었으며, 미국행정학이 도입되면서 연구조사방법론, 통계학 등 경험주의와 실증주의 사회과학에 입각한 교육·연구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미네소타 프로젝트로 미국에 다녀온 수의대 윤석봉 교수가 담당한 수의학 과목 시험지